정부, 상용차업체에 적극적 개발 의지 피력
인력난·환경 등 난제 해결에 효율적 대안
해외 기술력 비해 국내 개발수준은 미미

상용차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인 군집주행 기술 개발이 국내 상용차 업계에서 큰 화두다. 사진은 현대차가 군집주행을 시연하는 모습.

여러 대의 화물차가 무리 지어 이동하는 자율주행 물류 운송기술 ‘군집주행(Platooning)’. 그간 해외에서나 볼 수 있었던 군집주행이 최근 국내 상용차업계에서도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얼마 전 연구비 136억원을 투입해 군집주행 도입을 위한 실증연구를 시작한다고 밝혔으며, 이와 발맞춰 국내 상용차업계도 개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한발 앞서 군집주행 차량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렸던 유럽, 미국, 일본 등 일부 해외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늦은 출발을 보인 국내 군집주행 기술 개발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형트럭 군집주행 모습.

화물운송업계 문제해결 대안으로 주목
국내외에서 군집주행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적으로 화물운송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인력난이나 연비,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더욱이 이 같은 문제는 앞으로 국내에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화물차 운전자 평균 연령은 일반화물차주 50.9세, 개별화물차주 56.4세, 용달화물차주 61.2세로 고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향후 젊은 층의 유입 없이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1963년 출생)들이 은퇴할 시점이 도래하면 인력난은 더욱 심각한 수준까지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내에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환경규제 ‘유로6’를 적용함에 따라 연비의 중요성이 덩달아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량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적은 인원으로도 많은 화물차량을 운행할 수 있고,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해 높은 연비와 배출가스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군집주행이 가장 효율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 기술력 비해 뒤처진 국내 기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군집주행의 다양한 효용성은 이미 상용차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이같은 이유로 해외에선 이미 앞선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유럽지역에서는 지난 2016년 볼보트럭, 다임러트럭, 이베코, 만, 스카니아, 다프 등 유럽을 대표하는 상용차 업체들이 모여 군집주행으로 유럽대륙을 횡단하는 ‘유럽 트럭 플래투닝 챌린지’를 개최한 바 있으며, 미국의 경우 ‘프레이트라이너’, ‘맥트럭’, ‘나비스타’ 등 기존 상용차 업체와 스타트업이 중심되어 지난해 수차례 실도로 시범주행을 펼쳤다.

일본도 올해 초 고속도로에서 세계 최초로 각기 다른 브랜드의 트럭을 이용해 군집주행을 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국가 차원의 기술개발 지원으로 2022년까지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도로에서 군집주행을 실용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 군집주행 기술 개발현황은 해외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현대차가 정해진 트랙 위에서만 몇 차례 시범주행을 진행했을 뿐, 실도로에선 아직 이렇다 할 검증을 받지 못했다. 이미 실도로에서 군집주행을 펼치고 있는 해외 사례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해외에선 앞선 기술력으로 이미 군집주행 실도로 검증을 끝마쳤다. 사진은 유럽에서 펼쳐진 ‘유럽 트럭 플래투닝 챌린지 2016’ 모습

기술 경쟁 위한 적극적 개발 의지 필수
업계 전문가들은 기술적, 제도적으로 국내 군집주행 기술 개발이 더 이상 늦춰진다면, 향후 해외 선진국들과 경쟁을 펼치기보다는 따라가기에만 급급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에 국토부와 국내 상용차 업계의 적극적인 개발 의지는 긍정적인 지표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지난 5월 정부 103억원, 민간 33억원 포함, 총 139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군집주행 실증연구를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도로공사, 국민대학교, 현대자동차 등 산학연 협동으로 내년 군집주행 기술을 탑재한 화물차 2대를 우선 제작해 시범운행하고 이후 2021년까지 4대 이상의 화물차를 연계 시험 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 6월 현대자동차 자율주행 대형트럭에 대해 최초로 임시운행을 허가하며, 군집주행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부응하듯 임시운행을 허가받은 현대차도 최근 대형 트레일러 차량으로 의왕과 인천 간 약 40km 구간 고속도로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다만, 아직 군집주행 단계까지 진입하진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현대차는 제한된 공간에서 군집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 2020년 이후 대형트럭 군집주행 기술 확보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상용차업계 한 관계자는 “군집주행은 상용차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로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는 현시점에선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며, “국토부의 실증연구계획이 신호탄이 되어 국내 상용차 자율주행 기술이 꽃을 피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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