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부, 47년 역사 1톤 디젤, 역사 속으로
현대차·기아, LPG 및 기존 전기모델 병행 생산
LPG 보조금 축소·충전 시설 태부족에 우려감 증폭
업계 “보조금 올리고, 디젤 단산 1년 유예해달라”

올 11월부터 생산이 중지될 예정인 디젤 포터(현대자동차)와 봉고(기아).
올 11월부터 생산이 중지될 예정인 디젤 포터(현대자동차)와 봉고(기아).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따르면, 오는 11월부터 1톤급 소형트럭인 ‘포터3’와 ‘봉고2’의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한다. 이를 대신하여 12월부터는 과거 출력 저하 등을 이유로 자취를 감췄던 액화석유가스(LPG) 엔진이 현역에 복귀해 순수배터리 전기트럭(BEV) 모델과 병행해 생산·판매될 예정이다. ‘서민의 발’을 자처하며 지난 47년 여간 판매되어 소형 디젤트럭이 친환경 기세에 눌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과거 GM대우의 1톤 미만 경형트럭 ‘다마스’, ‘라보’ 단종 때처럼 경제성의 소형 디젤트럭으로 생계를 이어가야만 하는 영세 운송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포터2'(상단), 기아 '봉고3'(하단)

베스트셀링카 디젤 포터·봉고, 역사속으로
포터와 봉고라는 차명 자체가 1톤급 소형 디젤트럭을 지칭할 만큼 대중적인 모델로 성장해 왔다. 동시에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이면서, 승용차 모델까지 제친 ‘베스트셀링카(Best Selling Car)’로서의 면모와 인기를 끌어왔다. 

구체적으로 국토교통부의 상용차 등록 데이터를 가공, 본지에 독점 제공하고 있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국내에 등록, 운행 중인 포터와 봉고는 총 230만 8,548대로 나타났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2,500만 대)의 10% 수준에 육박한다. 이 중 디젤모델은 219만 4,120대로 95.0%에 달한다. 

연간 판매량도 압도적이다. 지난해 포터는 국내에서 9만 71대 판매(신차 신규등록 기준)되며 승·상용 통틀어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봉고 역시 6만 3,922대로 4위에 랭크됐다. 두 차종을 합치면 연간 판매량 15만 대를 상회한다. 그 중에서도 출력과 연비가 높은 디젤모델은 전체 판매량의 70% 이상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판매량이 늘고 있는 전기모델이다. 

전기모델의 판매량이 보조금과 영업용 증차와 관련한 각종 정책에 힘입어 최근 3년 사이 디젤모델의 자리를 위협하곤 있다지만, 완충 시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부담도 있어 디젤 선호 추세는 여전히 굳건한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동차 산업에 한 획을 그은 국내 소형트럭 시장의 ‘디젤 천하’는 올해 부로 중단될 운명에 처해졌다. 현대차와 기아가 소형 디젤트럭의 단산(斷産)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특별법(이하 대기관리권역법)’ 개정에 따라, 1월 1일 자부터 서울시 등 대기관리권역 내 소형 택배차량과 어린이 통학버스의 디젤모델은 신규등록이 금지된다. 디젤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LPG와 전기모델만이 등록 가능하다. 

이 법은 2년 전 현대차그룹이 탈탄소화 행보의 일환인 디젤엔진 신규 개발 중단 발표와 맞물린다. 현대차는 더 나아가 오는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을 친환경차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개선된 LPG 엔진, 포터엔 20년만 적용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포터와 봉고의 디젤엔진을 대체하는 것은 차세대 LPG 엔진이다. 현대차·기아는 새로 개발한 ‘T-LPDi’를 12월부터 생산하는 포터와 봉고 LPG 모델에 탑재할 예정이다. 지난해 단산된 봉고 LPG 모델의 LPD-i 엔진과 대비해서도 배기량과 성능이 업그레이드됐다. 포터는 20년 만에 LPG 모델이 부활하는 셈이다.

특히, 이번 3세대 LPG 엔진은 2.5ℓ LPG 직분사 터보 엔진으로 설계돼 최대토크가 기존 디젤 엔진보다 비슷하거나 높아질 전망이다. 저렴한 연료비와 전기트럭 대비 주행거리가 200km 이상 긴 것을 감안한다면 경제성 측면에서 비교 우위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 현대차·기아는 12월부터 포터와 봉고의 LPG 모델을 매달 1만 대 수준씩 생산할 방침이다. 기존 디젤 모델의 주문량을 완전히 흡수하겠단 전략이다.

친환경 정책 업고 전기트럭도 병행 판매
LPG 모델과 함께 기존 디젤모델을 대체할 모델은 현재에도 꾸준히 판매량을 끌어 올리고 있는 전기모델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톤 전기트럭의 운행대수는 총 7만 6,464대로, 2021년 말 기준 4만 708대와 비교하면 87.8% 증가했다. 여기에 올해 (8월)까지 판매된 1톤 전기트럭 2만 4,914대를 합치면, 도로에서 운행되고 있는 국산 소형 전기트럭은 10만 대는 거뜬히 넘어선다.

정부의 상용차 부문 친환경 정책과 초창기 전기트럭의 보급을 위하여 총량제로 막아두었던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의 신규 발급을 1.5톤 이하 전기트럭에 한해 지난 2020년부터 2022년 4월까지 무상으로 제공했었던 것도 소형 전기트럭의 보급량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디젤 포터와 봉고의 단산으로, 내년부터는 전기와 LPG 시대 완전 열릴 전망이다. 사진은 1톤 전기트럭 '포터2 EV'가 충전 중인 모습 

LPG · 전기, 과연 디젤 완벽 대체할까
한편으론 화물운송시장의 영세업자들의 반발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소형 트럭 판매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포터와 봉고 디젤모델 생산량 감소가 서서히 체감됨에 따라, 택배업계는 물론 소형 디젤트럭을 주력차종으로 이용해 온 소형 화물차 운송업계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 신형 소형 트럭이 내년부터 적용 예정인 신규 안전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 엔진룸의 반 정도가 전면으로 돌출돼 있는 세미보닛 형태로 변경될 것이라는 예상이 거의 기정사실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택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화물차주는 “남양주만 해도 LPG 충전소에 가려면 멀리 시외로 나가야 하는 데, 지방 중소도시는 얼마나 더 열악할까”라면서, “화물차 엔진룸까지 옛 리베로처럼 앞으로 튀어나온다면 좁은 골목을 다녀야 하는 택배차로서는 운행하기 매우 피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트럭 역시 어디까지나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보급지원 정책에 생산량과 판매량이 견인되는 모양새일 뿐, 여전히 1회 충전 시 짧은 주행 가능거리와 충전 기반시설의 태부족 등을 이유로 실 활용성에 불만을 가지는 차주들이 많아 아직까지는 보조적인 수단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봉고3 LPG'모델이 충전중인 모습

“LPG 보조금 올리고, 디젤 생산 중단 1년 유예” 목소리
이러한 뚜렷한 한계성 탓에 개인소형 화물운송사업자(구 용달)들을 중심으로 영업용 소형 디젤트럭 생산 중단을 한시적으로 유예해 2024년까지 생산해 줄 것을 제작사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여 기간 동안 태부족한 전기 충전 기반시설은 물론, LPG 충전소의 도심 설치 등의 여유를 갖고 소비자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더불어, 지난해 기존 40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축소된 LPG 화물차 구매보조금을 원활한 대차를 위하여 종전처럼 환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100만 원으로는 수매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다는 것이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 여간 전기트럭 보급은 대폭 증가했지만, 이전 디젤 차량의 폐차 비율이 낮아 대기오염물질 감축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이전 전기트럭의 사례처럼 단순 증차보다는 그나마 현실성 있는 LPG에 구매보조금을 추가 지급해 노후차를 폐차 시키는 것이 정책적으로나 소비 유도 차원에서나 현실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젤 단산에 전기에 강한 중국산 적극 공세
국내 1톤 트럭 시장의 디젤이 단산됨에 따라 전기차에 강세를 보이는 중국산 업체들도 국내 소형 전기트럭 시장에 깃발 꽂기에 나섰다. 

중국 현지에서 지난해를 끝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모두 폐지하면서 중국 제조사들은 아직 보조금 혜택이 남아 있는 나라로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

먼저 중국의 BYD(비야디)는 지난 5월 소형 전기트럭 ‘티포케이(T4K)’를 출시해 현대차·기아에 도전장을 낸 상태다. 지난 8월 말까지 월평균 30여 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월 국내 첫 등장한 지리자동차그룹의 전기화물밴 모델인 ‘쎄아(SE-A)’가 출시직후부터 월평균 200대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소형트럭 시장은 이제는 디젤 시대를 접고, 전기와 LPG 시대로 급속히 탈바꿈하고 있는 형국이다.

디젤 1톤급 포터와 봉고는…

 

현대자동차 1톤 포터(Porter)는 1977년에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후륜구동 소형트럭으로 자동차공업 통합조치로 1981년에 단종되었다가 이후 미쓰비시와 기술 제휴로 1986년에 재출시된 이후 많은 세대를 거치며 2023년까지도 생산 중이다.

포터의 등장은 오늘날 캡오버형 상용차의 대표 주자인 기아 봉고보다 무려 3년이나 빨랐다. 엔진은 약 55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영국 퍼킨스의 1.8리터 디젤 엔진을 라이선스 생산하여 탑재했다. 적재중량 1톤급의 소형 상용차가 없던 시절이기 때문에 1980년대에는 크게 주목을 받았지만, 1981년 신군부 정권의 자동차공업 통합조치로 인해 포터 1세대는 강제로 단종됐다.

1986년 현대차는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의 델리카 2세대 트럭 모델을 라이센스로 도입하여 국내 시장에 맞게 변화시켜 ‘포터’라는 이름으로 포터 2세대(Porter AH)를 출시했다. 

1996년에는 미쓰비시 델리카 제 3세대 모델을 베이스로 한 모델이자 그레이스의 앞부분 디자인을 적용하여 풀 체인지를 한 포터 3세대(뉴 포터)가 출시됐다. 

포터 4세대(Porter HR)는 2004년 1월 2일에 배기가스 문제로 인해 기존 모델이 단종되고 ‘포터2’라는 이름으로 또 한 번의 풀체인지를 거쳐 생산됐다. 포터2는 디젤과 전기모델로 생산되어 왔지만, 디젤모델의 경우에는 올해 말 단종이 예고되어 있으며, 그 자리를 LPG모델이 대체할 예정이다. 

기아는 1980년 7월 마쓰다 봉고를 도입하여 1세대 모델로 출시했다. 봉고 1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판스프링이 아닌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1987년 8월에는 페이스리프트와 엔진 출력이 향상된 ‘파워 봉고’가 출시 됐다. 이후 1989 1월 봉고 2세대(와이드 봉고)가 출시되었고 한동안 병행 생산되었지만, 1993년 12월 봉고 1세대는 최종적으로 단종된다.

봉고 2세대는 1989년 1월부터 생산되었으며, 단종되기 전인 1997년까지 성능이 향상된 엔진과 초장축 사양, 휠커버 적용, 동급 최초 브레이크 잠김 방지 시스템(ABS) 등을 사양에 추가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꾀했다.

봉고 3세대인 봉고 프런티어는 1997년 4월 출시 되었으며, 2000년 12월 모델명을 ‘뉴 봉고 프런티어’로 변경한다. 이후 2001년 8월 엔진을 3,000 cc 94마력 디젤엔진으로 변경하여, 소음을 줄인 ‘사일러트’ 모델이 출시되기도 했다. 이후 2004년 1월부터 4세대 봉고 모델인 ‘봉고3’가 출시되었으며, 기아는 2020년 봉고3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전기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한편, 기아도 올해 말 봉고 디젤모델을 단산하고, 내년부터 LPG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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