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21년 우회전 사고 중 화물·버스가 22%
차량 제조업체들 첨단안전장치 꾸준한 개발
지자체들, 운송업체에 장비 지원…개인 차주엔 먼 얘기

대형 상용차는 승용차에 비해 전장이 길다는 특성까지 더해져 사각지대가 더욱 많다.
대형 상용차는 승용차에 비해 전장이 길다는 특성까지 더해져 사각지대가 더욱 많다.

교차로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우회전하는 대형 상용차(화물차 및 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인명피해 사고가 자주 국내외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도로교통공단(이하 공단)이 차량 종류별 전방 및 좌·우측 사각지대 거리를 측정한 결과, 대형 화물차 우측 사각지대는 8.3m로, 일반 승용차(4.2m)의 약 2배, SUV(5m)의 약 1.7배, 소형 화물차(4m)의 약 2.1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우회전 교통사고를 가해 차종별로 조사한 결과, 1만 2,817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우회전하는 차량에 의해 사망하거나 다쳤으며, 이중 2,838명(22.1%)이 우회전하는 대형 상용차에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대가 좌측에 위치한 국내 자동차 특성상, 모든 차종은 전방 및 좌측에 비해 우측 사각지대가 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형 상용차의 경우 승용차에 비해 전장이 길다는 특성까지 더해져 사각지대가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상용차의 사각지대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제조업체들의 안전장치 개발과 지자체들의 지원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으나, 그대상에 있어서 일부는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대형 상용차 제조사 
신규 첨단안전장치 개발로 사각지대 극복 지속화

사각지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기능으로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Advanced Emergency Braking System)’가 있다.

정부는 기존 11m 초과 버스와 차량총중량 20톤 초과 화물차에만 국한해 비상자동제동장치를 설치하도록 했지만, 지난 2021년 7월부터 국제기준에 맞춰 모든 버스(승합) 및 총중량 3.5톤 초과 화물차까지 확대 적용토록 했다.

비상자동제동장치는 차량이나 사람이 사각지대에서 트럭 앞으로 갑자기 나타났을 때, 운전자에게 경고음을 통해 알려주고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시스템이다.

제조사마다 부르는 명칭은 다를 수 있지만 현재 출시되는 모든 버스와 3.5톤 초과 화물차에는 비상제동장치가 기본적으로 장착돼 있다. 

스웨덴 국적의 볼보트럭은 화물차의 사각지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코너링 카메라 ▲스태틱 코너링 라이트 ▲문 열림 경고 시스템을 차량에 장착해 운전자가 사각지대 내에 위치한 사람이나 물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 상용차 제조사들은 첨단안전장치를 통해 대형 화물차의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볼보트럭의 코너링 카메라는 좌·우 방향 지시등과 같이 작동하며, 예를 들어 운전자가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면 오른쪽 코너링 카메라가 작동하면서 차량의 외부 상황을 운전석 오른쪽 보조 디스플레이(SID)에 표시한다.

스태틱 코너링 라이트는 어둠 속에서 코너를 돌 때 라이트의 범위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확장시켜서 운전자의 시야를 넓혀준다.

문 열림 경고 시스템은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리기 위해 문을 열면 작동하며, 차량 측면에 장착된 레이더가 차량의 사각지대로 접근하는 차량이나 사람을 인식하게 되면 사이드미러의 빨간색 불빛과 경고음으로 운전자에게 상황을 알려준다.

스카니아의 사각지대 및 보행자 충돌 경고시스템 운전석.
스카니아의 사각지대 및 보행자 충돌 경고시스템 운전석.

현대차 어라운드 뷰 기능 기본 탑재
역시 스웨덴 국적의 스카니아는 사각지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BSW)과 ▲보행자 충돌 경고 시스템(VRUCW)을 중형 카고와 덤프트럭을 제외한 모든 차종에 적용하고 있다.

스카니아의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은 차량 측면에 부착된 레이더가 차량의 사각지대로 접근하는 물체를 감지하게 되면 차량의 A필러에 장착과 램프의 주황색 불빛과 경고음을 통해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보행자 충돌 경고 시스템은 사각지대에서 차량이나 사물이 아닌 사람을 감지되었을 때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과 같은 방식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스카니아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설치한 장치들.
스카니아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설치한 장치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트럭의 경우 ‘악트로스(Actros)’와 ‘아록스(Arocs)’모델에서 차량 측면 유리의 반 이상 가렸던 사이드미러를  제거하고 운전자에게 보다 넓은 시야를 제공할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차량에 장착했다. 운전자는 양옆 A필러에 붙어있는 2개의 15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좌우 사각지대를 더욱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벤츠트럭에 장착되는 미러캠.
벤츠트럭에 장착되는 미러캠.

현대자동차는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자사의 탑차, 윙바디, 카고차량에 후방 카메라와 후방주차 거리 경고 기능을 탑재했으며, 믹서트럭에는 주차 및 후진 시 사방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어라운드 뷰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어라운드 뷰 기능이 적용된 현대자동차 뉴 파워트럭 6㎥ 믹서트럭의 운전석의 모습.
어라운드 뷰 기능이 적용된 현대자동차 뉴 파워트럭 6㎥ 믹서트럭의 운전석의 모습.

■ 지자체 
운송사업자에 사각지대 안전 장비 설치 지원

현대차 처럼 특정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하는 어라운드 뷰는 아직 법적 설치 의무 장치가 아니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시내버스 시설개선 사업에 21억 6,000만 원을 들여 2026년까지 총 16개 운수업체가 운행 중인 900대의 버스에 어라운드 뷰를 장착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예정이다. 

또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우체국물류지원단도 지난달 화물운송사업 안전 운행 향상을 위해 ‘협력 사업 개발·공동 추진체계 구축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공단은 이번 협약을 통해 우체국물류지원단 운송 차량을 대상으로 우회전 시 보행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사각지대 감지장치를 시범 설치·운영하고, 장치의 교통사고 예방효과를 분석하여 장착 차량 확대, 제도권 편입 등의 방향을 모색할 방침이다.

벤츠트럭 A필러에 설치된 15인치 디스플레이.
벤츠트럭 A필러에 설치된 15인치 디스플레이.

이렇게 지자체와 정부 기관은 우선 화물운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어라운드 뷰 설치비를 지원 및 사각지대 감지장치 도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나 다름없는 화물차주들에 대한 지원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라운드 뷰 장비의 경우 저가 제품은 약 100만 원에서 고가는 200만 원까지 가격이 형성되어 있어서 차주들이 선뜻 설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다가온다.

한국교통안전공단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개인 화물차주들을 대상으로 한 어라운드 뷰 설치 지원 방안은 논의된 바 없지만,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체험교육센터에서 화물차와 버스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안전교육을 통해 운전자들의 사각지대 경각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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