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되는 배기가스·환경 규제 시대의 요구는 친환경 상용차
유로5, 유로6와 스텝 ABCD 더 이상의 디젤엔진 한계치
전기차는 단거리용 개발.수소차는 장거리로 대체 예고

상용차 시장에서 내연기관인 디젤엔진이 차지하는 역할은 절대적이다. 연비와 출력 모두 만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젤엔진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는 오래 전부터 지구 환경문제를 야기했다.

이 같은 이유로 유럽연합(EU)은 199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로x(EUROx)’ 라는 환경규제를 통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면서 디젤엔진의 환경 생명력을 연장시키고 있다. 

유로x 환경규제는 평균적으로 5년마다 강화되며, 각 시기마다 SCR(선택적 환원촉매), DPF(디젤입자상물질필터) 등 추가적인 후처리장치가 요구된다. 현재 유로6라는 강력한 환경규제로 인해 일부 완성차 브랜드는 디젤엔진이 더 이상 진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친환경차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도 유럽과 동등한 기준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유럽과의 발효 시차는 불과 2~3년 내외수준으로, 유럽을 제외하고 가장 빠르게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졌듯 환경규제가 상용차 시장에 주는 파급력은 엄청나다. 이제는 ‘친환경차’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수소트럭과 전기버스 등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면서 국내 친환경 상용차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는 게 실감나는 요즘이다.

이에 환경규제를 통한 국내 상용차 시장의 변천사와 함께 향후 다가올 미래를 살펴봤다.

환경규제?, 그게 뭔데?…브랜드의 시절 2000년
사실 유로5 이전까지만 해도 요즘처럼 환경규제가 시장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시간을 거슬러 1990년대를 되짚어 보면, 국내 트럭 시장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아시아자동차, 삼성상용차 등 다양한 국산 브랜드가 존재했었다.

하지만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이란 외환위기 직후 국내 트럭 시장은 재편을 맞이하게 된다. 1999년 기아차는 아시아차와 함께 현대차에 인수되었으며, 2000년에는 삼성그룹이 상용차 생산에서 손을 뗐다.

쌍용차도 1998년 대우그룹에 인수됐으나, 2000년 대우그룹도 분해되면서 상용차 관련 계열사를 뱉어내고 최종적으로 2004년 현대차와 타타대우상용차만 남게 된다.

외환위기 직후 화물차주들은 트럭 브랜드가 인수·합병되고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신차 구매에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자연스레 현대차와 타타대우가 2000년대를 견인할 수 있던 시기였다. 반면, 이 당시 수입트럭 브랜드는 트랙터와 24~25톤급 덤프트럭 위주로 판매하는 정도에 그쳤다.

2011년 유로5 체제부터 SCR 등의 후처리장치가 부착됨에 따라 환경규제에 대한 가격 인상폭이 체감됐다.

‘유로5’ 이후 차량가격 인상 본격화
2015년까지만 해도 디젤엔진은 친환경 엔진으로 주목받았다. 유로5 체제에서 탄생한 말이 바로 ‘클린디젤’이다. 실제 유로5를 충족한 몇몇 디젤 승용차의 경우 저공해 차로 인정받아 공영주차장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받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했던 2011년. 국내 시장에도 유로5(유럽은 2008년 시행)가 시작되면서, 차량에 SCR이라는 후처리장치가 추가됐다. 화물차주들이 본격적인 환경규제로 인한 가격인상폭을 체감하기 시작한 것.

이에 완성차 브랜드에서는 차주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연비 등을 강조했다. 덧붙여 차량의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차량 외관에 엔진출력과 마력을 강조한 엠블럼을 부착하기도 했다.

아울러 수입트럭 브랜드가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카고트럭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차량가격이 주효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던 국산트럭에 추가적인 후처리장치가 부착되면서, 수입과 비슷한 가격으로 오름에 따라 체감상 국산트럭의 가성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됐다. 이에 트랙터와 덤프에 집중했던 수입브랜드도 가격경쟁력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환경규제의 한계?…‘유로6’에 멈춰버린 내연기관
유럽에서는 2014년 유로6를 발효했는데, 국내는 이보다 1년 늦은 2015년부터 시행됐다.

유리하게 

유로5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제가 강화된 유로6는 종전보다 차량가격을 20~30% 상승시켰다. 이에 완성차 브랜드에서는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이면서, 구매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나갔다.

수입 브랜드로써 유로6는 기회로 작용했는데, 유럽과 한국 간 환경규제의 시차가 줄어든 만큼, 수입브랜드 또한 유럽의 최신예 모델을 속속 가져옴에 따라 국내상용차 시장은 국산 브랜드의 가성비와 유럽 브랜드의 성능과 효율로써의 승부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실제 볼보, 스카니아, 벤츠 등의 수입브랜드들은 한국에서 아시아프리미어를 선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로6 규제를 통해 디젤엔진이 상용차 시장의 중심을 담당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2015년 말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배기가스 조작사건)'로 인해, 디젤차는 더 이상 클린디젤을 쓸 수 없게 됐다. 오히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했으며, 친환경차 개발을 위한 기폭제 역할을 했다.

유럽연합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일부 브랜드들이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실험실 안에서 배출가스 측정방식을 유리하게 조작해 악용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도로 조건하에서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유로6 스텝(step)C 그리고엔진 냉간 상태서 측정하는 스텝D 단계까지 규제를 강화해, 모든 악조건 속에서 유로6 규제에 부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즉, 유로7라는 추가적인 환경규제가 아닌 유로6를 현 기술력의 한계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폭스바겐의 디젤사건은 비단 승용차 뿐만 아니라 전기버스와 상용차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간 굼떴던 전기버스와 LNG(액화천연가스) 및 수소트럭 상용화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실도로 측정(왼쪽 모습)으로 배출가스 검사방식이 강화된 후 유로6 환경규제가 현 기술력의 한계점으로 인식됨에 따라 각 브랜드들은 친환경 상용차(우측 LNG 트랙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연기관의 가교 LNG?…순탄치만은 않다
LNG는 현 단계에서 대기질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인 동시에 미래연료로 가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LNG엔진의 최대 장점은 기존 디젤엔진 대비 절반 수준의 환경편익을 발생시키는데, 성능은 디젤엔진에 준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 내연기관 엔진을 개조해서 사용되는 만큼, 실용성 측면에서도 합격점이다.

국내에서도 LNG트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8년 9월 대전 낭월 L·CNG 충전소에서 트럭 제작사인 타타대우상용차, LNG 보급 및 차량 개발을 지원하는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천연가스 수소차량협회가 공동 개발한 LNG트럭을 시범 운행으로 첫발을 내밀었다.

타타대우에 따르면, LNG트럭은 동일조건의 디젤트럭보다 약 27% 가량 연료비가 저렴하게 들고, 유가보조금을 받지 않는 디젤트럭보다도 약 42%의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돼,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LNG트럭의 강점으로, 한국가스공사는 LNG트럭을 올 하반기 8대에서 2024년까지 27대를 추가 보급키로 했다. 항만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야드트랙터 또한 연말까지 100대 추가 보급계획을 세웠으며, 부산항만공사는 LNG ITT(Inter terminal Transport) 차량 5대를 올해까지 보급하기로 했다.

레미콘업체를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에 따르면, 올해 레미콘업체 1개사가 50대 가량의 디젤믹서트럭을 LNG믹서트럭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 총 8개사가 132대의 LNG믹서트럭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비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업체는 천연가스 청소차 수준의 보조금이 지원되는 즉시 LNG 차량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하지만 LNG트럭 보급사업은 아직 시범운영단계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올해 본격적으로 상용화가 시작된다면, 타타대우를 중심으로 LNG트럭 자체 라인업을 갖춘 볼보트럭과 이베코 등이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봇물 터진 전기버스 시대, 전기트럭 시대도 열까
트럭시장에서는 LNG가 떠오르고 있다면, 버스시장은 전기버스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버스시장에서는 전기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대, 에디슨 등 국산 브랜드릉 중심으로 중국산 브랜드들이 점유율 쟁탈에 나섰다.

전기버스의 경우 트럭과 달리 정해진 배차시간에 맞춰 정해진 노선대로 운행되는 만큼, 전기차의 한계점이라 할 수있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내버스의 약 25%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는 지난해 100여대의 전기버스를 도입하고, 2025년까지 전기버스를 포함한 친환경 시내버스를 3,000대 수준까지 늘린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또한 2022년까지 전기버스 500여대 교체, 2027년까지 친환경버스로 전면 교체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처럼 버스시장에서는 기존 천연가스인 CNG(압축천연가스) 연료에서 전기로 급속히 전화하는 모양새다. 전기버스 제작업체의 경우를 보면 현대차, 자일대우,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등 국산 브랜드가 선점한 가운데, 중국 브랜드인 하이거, 조이롱, BYD, 포톤 등은 가성비를 내세워 빗장을 풀고 있다.

이에 반해 전기트럭은 어떤가. 경소형·소형트럭 외에는 현재까지 구체화 된 것이 없는 실정이다. 1회 충전 시 운행거리와 충전시간이 전기트럭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국내 화물차주들은 화물정보망이나 주선업체를 통해 지역별로 다양한 일감을 받는 만큼, 매번 운행거리가 일정치 않다. 국내 연간 트럭 판매대수는 약 20만 대 가까이 되지만, 이 수요가 전기트럭 구매로 이어지기란 매우 까다롭다.

현재 출시된 전기트럭은 고정짐 운반이나 도시 내 근거리 운행에 적합한 수준으로 주행거리에 대한 제약이 따른다. 즉, 택배 등 근거리 배송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을 해결하는 것이 전기트럭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전기·수소 친환경차로 국산수입산 경쟁구도 재편되나

CNG, LNG 그리고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친환경 상용차가 개발되고 있지만 궁극적인 발전형태로는 전기차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전기차는 크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배터리와 모터를 파워트레인으로 한 일반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이하 수소차)로 구분된다.

전기차는 전력망의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하고 저장된 전기를 동력으로 활용하는 만큼, 배터리를 얼마나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차는 저장탱크의 수소와 공기 중 산소가 만나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생성된 전기를 동력으로 활용한다. 쉽게 풀자면, 전기차에 배터리 연료 공급원으로 수소를 사용하는 것이다.

한국수소산업로드맵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차 기술과 전기차 기술은 상호 보완이 가능하기에 미래에도 공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장거리를 요하는 대형트럭 및 고속버스의 경우 긴 주행거리와 짧은 충전시간이 강점인 수소차가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를 요하는 중·소형급 차량의 경우 효율 좋은 전기차가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서는 전기와 수소 두 분야에 모두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미래차 국가비전 선포식’서 전기·수소차의 신차 판매 비중을 2030년까지 33%, 세계 1위 수준으로 늘려 세계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전기차 급속충전기 1만 5,000기 설치,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660기 구축 등 친환경차 인프
라 구축을 약속했다. 이에 현대차는 국산 브랜드의 이점을 세워 친환경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전기차 7종, 수소차 10종 등 총 17개 친환경 상용차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면, 수입 브랜드로써는 친환경차 모델 구성부터 충전방식까지 국산 브랜드의 행보를 나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로5 이후 수입브랜드에게 줄곧 유리했던 판도가 바뀌게 되는 셈이다.

환경규제로 인해 국산과 수입 브랜드의 판도가 계속 변화되고 있다. 기술력과 서비스 그리고 가성비 모두 시대에 맞춰 변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차로 국산 브랜드가 과거 유로4 이전 시절의 호황을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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