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40년까지 수소 트럭·버스 7만대 보급 천명
현대차, 2020년부터 본격 양산체제 돌입 예정
중장기적 유럽·미국 등 선진 시장 진출 도모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현대차가 수소 상용차 개발에 미래를 건다. 현대차가 개발한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

[이슈진단] 국산 상용차 산업, 수소연로로 가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수소경제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수소를 연료로 하는 친환경 ‘수소상용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찌감치 수소차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 현대자동차는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는 한편, 새롭게 등장한 해외 경쟁업체들도 날을 세우고 있다.

최근 정부가 미래혁신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중 하나로 수소경제를 선정하며,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의 최종목표는 2030년까지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세계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것. 그중에서도 상용차의 비중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대기환경 개선효과가 수소승용차에 비해 클 뿐만 아니라 대당 억 단위가 넘어가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수소경제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이 기대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아울러 10분 내외로 짧은 수소 충전시간과 내연기관 못지않은 긴 주행거리는 충분히 중대형 상용차로 이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부의 지원 속, 수소상용차 급부상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살펴보면 크게 수소트럭과 수소버스 등 수소상용차 총 7만대를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엔 2040년까지 수소상용차 7만대를 단계적 보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소경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현재로선 개발단계에 머무는 수소트럭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나눠 보급을 진행한다. 2040년까지 총 3만대 보급이 목표다.

공공부문의 경우 2020년까지 5톤 수소트럭의 개발 및 실증작업에 들어간다. 이후 2021년부터 쓰레기수거차, 청소차, 살수차 등에 시범적용하고, 친환경차 의무구매 대상에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민간부문은 2020년까지 10톤급 수소트럭 부품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2022년까지 실증작업에 들어가 상용화를 꾀한다.

수소버스는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운행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더욱 확대해 올해 7개 주요도시에 수소버스 35대를 보급하고 2040년까지 총 4만대 보급을 목표로 한다.

경찰버스 등 공공부문 버스를 우선적으로 전환하고 2030년까지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전 노선에 수소버스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발맞춰 수소충전소를 확충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 민간주도 충전소 확대를 위해 수소충전소 설치보조금 및 운영보조금 지원을 검토하고 기존 LPG(액화석유가스)·CNG(압축천연가스) 충전소를 수소충전까지 가능한 융복합 충전소로 전환한다. 2020년까지 전국 310개소, 2040년까지 1,200개소 설립이 목표다.

수소공급방식을 다각화해 수소공급가격에 대한 부담도 줄여나간다. 구체적으로 2022년에는 주행거리 대비 휘발유 가격의 50%에 해당하는 kg당 6,000원, 2040년에는 kg당 3,000원까지 줄여나갈 계획이다.

수소상용차에 주력하는 현대차
수소상용차 개발과 공급에 앞장서는 업체는 단연 현대차다. 현대차는 상용차 생산설비가 있는 전주공장에 수소버스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2020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에너지’와 5년간 수소트럭 1,000대를 공급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수소트럭 개발과 생산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밖에 수소상용차 보급에 대한 현대차 직원들의 열의도 상당히 높다. 지난달 현대차 전주공장은 기술그룹장 등 현장관리 책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소상용차 성공다짐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문정훈 현대차 전주공장 공장장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인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지금, 수소상용차 부문에서 경쟁사 대비 한 발 앞서있는 우리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최고 품질의 제품을 적기에 공급함으로써 미래 친환경 수소상용차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며 독려했다.

현대차가 개발 중인 수소트럭 렌더링 이미지.

수소동력으로 글로벌 상용차 시장 도모
정부와 현대차가 수소차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현대차가 국내 유일의 완성차 업체인 점이 정부의 지원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기업 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현대차가 가장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수소차를 새로운 활로로 잡고 있으니 정부차원에서도 따라가는 모양새”라며, “만약 수소차가 대중화되면 현대차는 수소차 뿐만 아니라 수소연료전지까지 판매할 수 있게 되고 정부는 이에 따라 산업 생태계 조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차는 수소상용차를 발판으로 국내 친환경 상용차 시장 선점과 동시에, 유럽 등 선진 상용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욕을 내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차는 현재 유럽에 상용차를 진출시키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 입장으로서 매우 뼈아픈 부분이다. 

디젤 상용차 부분에서 유럽의 강력한 배출가스규제치(유로 기준)를 충족시키고, 동시에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유럽의 상용차 브랜드와 대등한 수준의 디젤엔진을 개발한다는 게 현대차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이를 해결할 방안이 수소다. 디젤 대신 친환경 수소상용차를 무기로 유럽, 미국 등 선진 상용차 시장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대형 상용차의 친환경 연료로 언급되는 에너지원은 수소, 전기, LNG(액화천연가스)등 3가지로 축약되고 나열한 순서대로 친환경적인 측면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볼보트럭, 다임러트럭, 이베코 등 국내에서 현대차와 경쟁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 상용차 업체들 대부분 LNG와 전기상용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미 수소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차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친환경 상용차 시장에서 ‘퍼스트무버(Fir st Mover, 업계 선도자)’로 올라설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반면, 부담도 안고 있다. 향후 글로벌 상용차 시장에서 차세대 연료로 전기와 LNG가 대세로 이어진다면, 수소상용차라는 정책적 판단이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는 친환경 상용차 개발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해외선 새로운 경쟁자 등장
언급했듯 많은 경쟁업체들이 현대차와 친환경 노선을 달리하고 있지만, 수소상용차 시장도 경쟁자가 전혀 없는 독점 시장은 아니다.

글로벌 상용차 시장에서 전통의 강호로 불리는 스카니아는 최근 스웨덴 폐기물 수거업체 르노바(Renova), 수소전지 제조업체 스웨덴AB(Sweden AB), 트럭 부품업체 요압(JOAB) 등과 협력해 수소트럭을 개발 중이며, 2019년 말 또는 2020년 초에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의 거인으로 불리는 도요타도 수소차 기술을 바탕으로 중대형 상용차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 자국 내에서는 중소형급, 미국에서는 대형급 수소트럭을 제작해 시범운행 중이다. 

도요타가 개발 중인 수소트럭.

아울러 일본 최초로 제작한 수소버스 ‘소라’를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전까지 최소 100대 보급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밖에 미국의 수소차 제조업체 ‘니콜라’는 유럽시장을 겨냥한 수소트럭을 개발해 올 초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세계 버스판매 1위 업체 ‘위통’을 필두로 한 버스업체들이 수소버스를 개발해 노선에서 시범운행 중이다. 글로벌 수소상용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 현대차는 이들 업체와 한판 경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니콜라가 개발 중인 수소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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