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영업용트럭 20만대, 주차면수 192대뿐
'내 차고지' 놔두고 연 500만원 유료주차장 이용
국토부, "수도권만 26곳"…효율 고려한 부지선정
직전 계획 달성 71% 불과…지자체와 협력 절실

도로변에 주차하고 있는 화물차들
“화물차 운전 30년 했지만 등록한 공영차고지는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습니다”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서 만난 한 화물차주의 불만이다. 수도권 내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그는 현재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공영차고지에 차고지 등록을 해 둔 상태다. 그는 “주변 사람들 중에 자신이 등록한 공영차고지를 이용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고 덧붙였다. 공영차고지 운영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2.5톤 이상 영업용 화물차는 매년 차고지를 증명해야 한다. 화물차마다 주차공간을 확보해 주차혼란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차고지로 등록할 만한 장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등록한 차고지에 주차하지 못하는 운전자가 많다. 실제 거주지와 등록 차고지가 너무 멀어 단속을 감수하고 도로변에 주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유료 주차장이 대안이 될 수 있는것도 아니다. 서울의 유료 주차장에서 만난 한 화물차주는 “1년에 주차비용만 거의 500만 원이 든다.”고 말했다. 화물차와 자가용 주차비용을 합치니 월 40만 원씩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료 주차장 이용료는 웬만한 공영차고지 요금보다 다섯 배 이상 높을 뿐더러 버스나 자가용과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자리 구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주차장을 넓혀 달라며 유료 주차장 주인에게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화물차주들 입장에선 정부가 지어주는 공영주차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공영주차장이 ‘엉뚱한 장소’에 설치된 경우가 많아 더더욱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너무 멀어 이용하기 어려운 공영주차장

공영주차장, ‘엉뚱한 곳’에서 방치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는 총 40만 대를 조금 넘는다. 그 중 경기도에 11만 2,504대, 서울시에 5만 7,435대, 인천시에 3만 296대로 영업용 화물차 약 20만대가 수도권에 등록돼있다. 

그런데 전국에서 운영되는 공영차고지는 총 47개소(건설 중인 곳 포함)에 불과하다. 이 중 수도권에 마련된 공영차고지는 인천 1개소와 경기도 2개소를 합한 세 군데가 전부다. 경기도에 위치한 2개소는 건설 중이니, 실제로 수도권에서 이용 가능한 차고지는 인천 한 군데뿐이다. 주차면수로는 192대다.

이처럼 영업용 화물차의 절반인 20만 대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지만 수도권 지자체가 제공하는 주차면수는 고작 192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마저도 등록 경쟁률이 치열해 화물차주 대부분은 일터나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 외곽에 차고지를 등록해둔 채 유료 주차장이나 갓길을 활용해야 했다.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화물차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작정 공영주차장을 늘리기보다 제대로 된 장소를 선정하는 과정이 더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국토부, ‘과학적 분석기법(?)’으로 공영차고지 선정
지난 1월 국토부는 ‘제4차 화물자동차 휴게시설 확충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공영주차장 62개소를 새로 설치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국토부는 공영주차장 운영 실태를 파악한 듯 ‘과학적인 분석기법’을 적용해 대상 지역을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적용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화물차 통행량이 하루 1만 5,000대 이상일 것. 두 번째, 산업·물류 단지, 공항·항만 등 화물차 통행을 유발하는 시설이 있을 것. 세 번째, 영업용 화물차 등록대수가 전국 평균인 948대를 넘을 것. 한 마디로 화물차 왕래가 잦은 장소부터 공영차고지를 짓겠다는 뜻이다.

새 기준을 적용해 62개소를 선정한 결과 수도권에만 26개소가 배정됐다. 경기도 17개소, 서울시 4개소, 인천시 5개소다. 각 지자체가 보유한 영업용 화물차 대수와 비슷한 비중이다. 엉뚱한 지역에 공영차고지를 설치했던 기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 공영차고지 설치계획 달성도 70%에 불과
국토부의 계획에도 차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동안 공영차고지를 짓는다던 정부의 발표가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의왕시가 예산 확보 문제로 공영차고지 설치를 미뤘으며, 지난달 거제시가 주민들의 반대로 공영차고지 조성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국토부는 직전 계획기간(2015년~2019년) 동안 공영차고지 21개소를 확보하려 했으나 결국 15개소만을 설치하는데 그쳤다. 계획 대비 달성도가 71%에 불과한 셈이다.

화물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부족한 공영차고지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화물차 불법 주차, 교통사고 유발 등 각종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공영차고지 부족 문제. 이제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계획한 바를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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