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실험 거친 기술적 측면은 상당부분 진척
주행관련 제도정비는 국·내외 모두 지지부진
운송산업 전반에 걸친 변화에 제도마련 난항

운전자 없이도 차량 운행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자율주행은 4차 산업의 핵심 분야로 손꼽힐 만큼 기대를 모으는 기술이다. 특히, 화물차 시장에서 그 가치는 더욱더 높다. 운전자 부족과 장시간 운행으로 인해 빈번한 교통사고 등 화물운송시장이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이 아직 많다.

플래투닝(Platooning)으로 불리는 트럭 군집주행(이하 군집주행)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뜨겁다. 일찌감치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 상용차 시장에 이어 최근에는 현대자동차가 정부 과제의 일환으로 고속도로 내 대형트럭 군집주행 시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는 소식은 군집주행이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왔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군집주행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여러 대의 트럭이 줄지어 도로를 운행하는 자율주행기술의 한 분야다.

줄지어 운행하는 차량 중 선두 차량에만 운전자가 탑승하고 나머지는 운전자 없이 선두 차량을 뒤따르는 것이 특징이다.

한 명의 운전자가 여러 대의 트럭을 운행할 수 있으니 운전자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예방 할 수 있다. 아울러 공기저항 측면에서도 뛰어나 후속차량의 연비 향상에도 탁월하다.

 기술적인 진화는 상당 수준

현대차의 군집주행 시연에서도 증명됐듯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군집주행의 완성도는 상당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차량 간 네트워크(V2V, Vehicle to Vehicle)’는 더욱 빠르고 안정적으로 진화했으며, 주행 시 도로의 모든 요소와 차량을 연결하는 ‘차량사물통신(V2X, Vehicle to Every Thing)’ 개발도 목전 앞에 두고 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고속도로 시연에 성공한 국내와는 달리 이미 해외에서는 유수의 트럭 제작사들이 경쟁적으로 군집주행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유럽의 경우 지난 2016년 볼보트럭, 다임러트럭, 스카니아, 만트럭버스, 이베코, 다프 등 6개사가 ‘유럽 플래투닝 챌린지 2016’에 참가, 군집주행으로 유럽대륙을 횡단했으며, 미국에서도 이미 지난 2017년 다임러트럭의 자회사인 프라이트라이너가 공공도로에서 군집주행을 완수했다.

일본에서도 지난 2018년 고속도로에서 수 밀리미터의 전파를 사용하는 밀리파 레이더를 군집주행에 활용, 성공적으로 실증실험을 끝마친 바 있다.

 제도적 문제에 상용화 더뎌
기술적인 측면에서 군집주행은 상당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당장 국내만 하더라도 군집주행을 적극 개발하겠다고 천명한 2018년 말에 들어서야 자율주행 대형트럭 실증실험을 위한 임시운행만 허가했을 뿐 상용화를 위한 추가적인 제도 마련에는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유럽도 비슷한 행보다. 지난해 말 독일이 200만 유로(한화 약 25억원)를 투자해 군집주행 실증실험과 관련 법 제도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웨이모, 엠바크, 우버, 테슬라, 펠로톤테크놀로지 등 스타트업을 주축으로 군집주행을 개발 중인 미국에서는 군집주행 상용화를 위해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이해당사자들의 반대의사에 진통을 겪고 있다.

 혁신기술 도입에 많은 고려사항 수반
군집주행이 운송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기술이라는 점에 이견을 가진 이는 거의 없다. 언급했듯 운전자 부족문제 해결, 사고예방, 운송효율 향상 등 다양한 이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제도마련이 늦어지는 이유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단순히 운송시장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넘어 육상 운송산업 전반이 변화하는 만큼 제도 마련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예컨대 사고발생 시 책임소재부터 운전자 수요가 줄어들어 발생하는 실업자 문제 등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관련 법 규정과 자동화가 화물운송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밖에 군집주행 상용화에 앞서 무인으로 운행되는 화물차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물론 군집주행의 핵심인 네트워크 기반시설 설립, 그리고 이와 함께 따라오는 규정 등도 수많은 고려사항 중 하나다.

이와 관련 업계 한 전문가는 “군집주행은 다가오는 미래 트럭시장을 대변하는 큰 흐름이다.”라며,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제도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철저한 준비만이 미래를 대비하는 중요한 전략이자 해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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