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건설기계 수급조절 변경지침 후
수출, 폐차 등으로 말소된 덤프·믹서 급증
신규등록은 부진 현상…7월 새 지침에 촉각
경기부진에 차량 판매급감…“더이상 안된다”

지난해 8월부터 말소를 전제로 대폐차가 허용되는 ‘건설기계 수급조절 지침’이 변경 시행된 이후, 해당 차종인 대형 덤프트럭과 믹서트럭 시장은 큰 변곡점을 맞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트럭의 신규등록이 보다 엄격해짐에 따라 수요가 급감한 반면, 말소등록이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의 건설기계 수급조절 변경 지침은 오는 7월 말까지 유지되고 8월 이후 시장 상황에 맞춰 새로운 지침이 나올 예정이다. 이에 건설기계 수급조절 존폐 여부를 두고 상용차 및 건설업계와 차주 간의 이해대립도 벌어지는 모습이다.
 

말소 급증 원인은  ‘수급조절 변경 지침’ 
지난해 8월 국토부가 ‘2018년 건설기계 수급조절 지침’을 변경 시행한 이후 15톤 및 25.5톤 덤프트럭과 6㎥ 이상 믹서트럭 등 건설용 트럭의 말소등록이 급증했다.

실제, 국토부 건설기계 통계에 따르면 건설기계 수급조절 지침 변경 후인 2018년 3분기 덤프트럭 말소등록은 611대에서 2019년 1분기 933대로 52.7% 치솟았다. 믹서트럭도 만만치 않았다. 2018년 3분기 288대에서 2019년 1분기 401대로 39.2% 급상승했다. 

이 같은 원인은 ‘2018년 건설기계 수급조절 변경 지침’의 규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토부가 각 지자체를 통해 전달한 이 지침에는 덤프트럭과 믹서트럭 등 일부 건설용 트럭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체등록 시 말소등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존 운행 트럭을 신규 트럭으로 교체하려면 수출, 도난, 폐차 등의 이유로 기존 운행 트럭을 말소등록해야 하고, 이후 신규 트럭에 영업용 번호판을 부착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국토부 입장에서 영업용 건설기계의 총량을 지키겠다는 의도로 나타나면서, 지침 변경 직후인 2018년 3분기 덤프트럭과 믹서트럭 신규등록은 611대(덤프 349대, 믹서 262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 1,212대(덤프 679대, 믹서 533대)와 비교했을 때 절반 가까이 떨어진 실적이다.

이후 신규등록 급감현상은 진정되고 매 분기 차이는 있어도 다소 회복세를 드러내고는 있으나, 덤프트럭과 믹서트럭의 말소등록은 이전과는 다르게 전체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새 수급조절 관련 규정, 7월 말 결정
혼란의 중심에 있는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는 지난 2009년 첫 시행 이후 2년마다 새롭게 지침이 정해진다. 이에 따라 현 수급조절 지침은 오는 7월 31일까지 유지되고 이후 오는 8월부터는 새로운 지침이 적용될 예정이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지난해 말부터 ‘건설기계 수급계획 수립 및 수급조절 연구’에 관한 연구용역을 입찰공고 하는 등 새로운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활동 중이다.

연구용역 입찰 과정에서 수차례 유찰되며, 난항을 겪다가 결국 총 4차례 용역입찰을 재공고한 뒤 올해 들어 건설기계산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입찰했다.

현재 건설기계 수급조절 여부 심의에 필요한 건설경기의 동향이나 전망, 건설용 트럭 가동률, 신규등록, 말소등록 추이 등을 포함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입찰이 번복되며 시간이 지연됐지만, 연구용역으로 나온 결과가 건설기계 수급조절 심의위원회에서 핵심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연구용역이 끝난 뒤 오는 7월에 심의가 완료되면 새 지침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급조절 연장 여부에 이해관계 노출
이런 가운데 건설기계 수급조절 연장 여부에 이해관계자 간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상용차 및 건설업계는 건설기계 수급조절 변경 지침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새 지침은 현재의 지침 최소한 종전대로 원상 복귀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용차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판매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와중에 정부의 개입으로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라며, “수급조절을 완화해서라도 시장의 흐름을 풀어줘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도 거들었다. 한 관계자는 “최근 주 52시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기계 수급조절까지 연장되면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선에서 활동하는 건설용 트럭 운전자들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무분별한 경쟁을 막고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면 현재처럼 수급조절은 연장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양주 채석장에서 만난 한 덤프트럭 운전자는 “이렇다 할 대책 없이 수급조절을 폐지하면, 경쟁이 심화돼 저운임 상황을 맞닥뜨릴 게 뻔하다.”며, “운전자들의 처우개선을 다른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수급조절 연장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무튼, 2년마다 발표되는 정부의 ‘건설기계 수급조절’ 계획이 현재처럼 갈지, 아니면 보다 완화된 방향갈지 금명간 나오겠지만, 정부가 무턱대고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시장의 자율논리를 깨뜨리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님을 귀담아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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