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 외면…독자노선 걷는 상용차 브랜드
한정된 콘텐츠로 볼거리·즐길거리 부족도 문제
잠재고객 위주, 비즈니스의 장으로 발전해야

 

2017서울모터쇼에 참가했던 만트럭버스코리아 부스 모습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상용차 신규등록대수는 30만 3,328대로 조사됐다. 전 세계 상용차 신규등록 순위로 따져보면, 14위권 수준이다. 이중 유로6 최신예 환경규제를 적용한 국가로 보면, 세계 6위(픽업트럭 제외), 일본 다음 아시아 2위를 자랑한다.

한해 국내 상용차 수요는 약 30만대 수준으로, 이중 경·소형차를 제외한 중대형 상용차가 약 6만대(트럭·특장차: 4만~4만 5천대, 승합·버스: 1만 8천~2만대)에 육박한다. 수요만 봐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게다가 일본과 중국에 비해 신차 수요는 적으나 수입 상용차 비중은 매우 높다.

그럼에도 시장의 수준과 눈높이에 맞지 않게, 국내에는 상용차 전문 전시회나 박람회(이하 상용차박람회)는 전무한 실정이다.

상용차박람회는 상용차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국내 상용차의 기술력과 시장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자리로서 상용차 관련 종사자들이 한데 모여 업무 협약, 기술 교류 등 비즈니스 장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상용차박람회는 상용차 관련 유관기관들이 전시회를 개최하다가 중단되거나,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는 캠핑, 특장차, 건설기계 등 일부 콘텐츠에 기대어 개최되고 있는 실정이다.

 

■ 모터쇼서 들러리 섰던 상용차?
국내에서 진행됐던 상용차 관련 박람회는 국내 최대 자동차 박람회라고 할 수 있는 서울모터쇼가 중심이었다.

서울모터쇼는 승용차에 중심을 둔 모터쇼로 월드·아시아 프리미어 모델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해 매년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상용차 부문은 철저히 외면을 받고 있다.

과거 현대차, 타타대우, 자일대우 등 국산브랜드와 함께 일부 수입브랜드 그리고 유명 특장업체들이 참여했으나, 해마다 그 수가 줄더니 2019년부터는 상용차 브랜드가 사실상 빠졌다.

상용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에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는 승용 중심의 행사로 진행되는 만큼, 상용차 브랜들의 참여 의지가 없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지난 2015년 당시 유로6 환경규제로 완성 상용차 브랜드들은 자체 런칭행사를 통해 신차를 발표한 뒤로, 승용차 위주의 국내 모터쇼에 수억 원의 비용을 들여 참가하는 것보다 자체행사로 홍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모양새다.

하지만 박람회 역할은 중요하다. 자사의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관련 업계사람들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장이기 때문이다. 몇몇 상용차 브랜드들은 자체 모터쇼를 열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메가페어, 만트럭버스페어 등이 있다.

다만, 이 같은 자체 박람회는 자사의 차량으로만 구성되면서, 다양한 볼거리가 제한될뿐더러 지속성 또한 불분명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 많이 봤다고?…상용차박람회의 가치
승용차는 5~7년 주기로 풀체인지 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상용차는 10~20년 꼴인 만큼 상용차박람회에서는 신모델에 대한 관람객들의 기대 또한 적다. 덧붙여 최근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박람회 및 런칭행사에 앞서 유튜브 및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먼저 신기술과 신차를 선공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일부는 늘 보던 ‘뻔한 트럭’ 또는 ‘이미 공개된 모델’ 정도로 치부하고, 상용차박람회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최대 박람회라고 할 수 있는 독일 하노버상용차박람회(IAA)를 찾는 관람객들만 보더라도, 실상은 다르다.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 대부분 화물차주(일명: 트러커)로, 다양한 차량을 경험하기 위해 찾아온다.

이미 인터넷 또는 자사 런칭행사서 공개한 모델도 직접 와서 구경하고 타보기도 하고, 여러 차종과 비교하며, 상용차업계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바로 약 3만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2017년 현대차 자체 상용차박람회인 현대메가페어다. 현대차는 이때 신형 전기 시내버스 모델을 공개해, 분위기를 한껏 띄웠으며, 많은 매체들은 전기 시내버스에 주목했다.

반면, 박람회를 찾은 화물차주들은 가변축, 탑차, 고소작업차 등 관련 업종 중심으로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현대메가페어는 이후 개최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국내 상용차박람회에 대한 목마름을 느낄만한 대목이다.

대규모 독자 전시회 개념으로 관심을 모았던 2017 현대메가페어.

■ 선례가 만들어 놓은 선입견
그간 국내 상용차박람회가 산발적으로 개최되면서, 주관사의 미숙한 운영이 안 좋은 사례로 남아있다.

상용차에 대한 특성을 파악한 전문 주관사가 극히 드물다. 상용차 특성상 완성차와 함께 특장차, 특수차 등이 연계돼야 하는데, 많은 주관사가 업체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특장차의 일부 모델로 박람회를 구성하고 있다.

아울러 박람회 일정이 잡히면, 주관사는 업체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박람회 홍보를 통해, 분위기를 띄워야하는데, 일부 박람회 운영이 미숙한 주관사는 개최 일정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해, 개최전날까지 참여업체 명단조차 발표 못 할뿐더러, 박람회 홍보조차 못 해, 관람객 동원에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상용차박람회에 참여했던 특장업체의 한 관계자는 주관사가 개최일정에 쫓겨, 일부 비용만 받고 전시부스를 무료로 제공해준다며,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다 보니, 업체로서는 상용차박람회에 참가할 의욕이 떨어질뿐더러, 주관사 역시 수익이 남지 않아 문을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국내 상용차 박람회는 몇 번의 시도는 있었으나 아직까지 한국을 대표할만한 상용차박람회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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