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 산업시설 등
高소음 작업 시 사용 불가피해도
제조사서 제작한 ‘전기식’ 대신
임의 장착 ‘공기식’ 경음기에 짜증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일간지와 인터넷 매체를 통해 등장하는 분쟁기사가 있다. 바로 차량 경적소리에 의한 운전자들 간의 분쟁이다. 특히, 육중한 차체를 자랑하는 대형트럭은 그 소리가 일반 승용차와 비교해 훨씬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분쟁의 원인으로 빈번하게 지목되곤 한다.

공기식 경음기를 장착한 대형 화물차와 경적.

통상적으로 승용차에 사용하는 경음기는 제조사에서 제작한 전기식 경음기인 반면, 대형트럭의 경우는 소위 ‘에어 혼’, ‘에어 클락션’으로 불리는 공기식 경음기를 운전자가 임의로 설치해 사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공기식 경음기는 압축된 공기를 저장하는 ‘에어 콤프레셔’와 경음기를 연결해 공기압으로 작동하는 장치로서 공기압의 세기에 따라 경적소리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예컨대 경음기에 공급되는 공기압 수치를 높일수록 경적소리가 크고 웅장해지는 것이다.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 53조에 따르면 모든 차량의 경음기는 90데시벨(㏈) 이상의 동일한 음색으로 연속해서 소리를 내야 하며, 소음·진동관리법의 자동차 소음허용기준에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

세부적인 소음허용기준 내용을 살펴보면, 2006년 1월 1일 이후 제작된 대형트럭의 경음기는 112데시벨을 넘겨선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이는 차체가 화물차에 비해 수십 배나 작은 경자동차의 소음허용기준인 110데시벨과 비교했을 때 조금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대형트럭에 장착되는 공기식 경음기의 소음도가 120데시벨을 가볍게 넘는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십중팔구 불법 경음기인 셈이다.

그런데, 화물차 운전자들은 왜 불법을 감수하고도 공기식 경음기를 이용하는 것일까. 일선에서 활동하는 화물차 운전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그 이유를 파헤쳐봤다.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 높을수록 경적소리↑
우선 안전상의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커다란 차체를 자랑하는 대형트럭은 운전자가 위험을 인식하고 제동하는 거리가 승용차에 비해 월등히 길며, 회전반경 또한 크다.

뿐만 아니라 적재함에는 화물까지 싣고 있어 작은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대형트럭 6중 추돌사고는 가해 트럭의 속도가 규정보다 낮은 75km/h였음에도 불구하고 차체와 화물의 무게 때문에 적절한 제동이 이뤄지지 않아 대형사고로 이어진 바 있다.

이에 큰 소리로 멀리까지 위험을 알릴 수 있는 공기식 경음기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포 화물차 쉼터에서 만난 대형트럭 운전자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트럭 운전자들도 경음기 소리를 키우면 불법이란 걸 잘 알고 있다.”라며, “물론 악의적으로 경적소리를 키운 운전자들도 일부 존재하겠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설치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시설, 공사장 등 작업현장의 특수성
대형트럭이 주로 활동하는 작업공간의 특수성 역시 공기식 경음기 장착의 주된 이유로 손꼽힌다.

주택가나 골목과 같은 한적한 도로를 주행하는 승용차와 달리 대형트럭의 주요 운행지역은 고속도로, 공사현장, 항만, 산업시설, 광산 등 소음이 유달리 심한 곳이다. 

특히, 대형트럭 외에도 다양한 장비들의 운행이 이뤄지는 작업현장의 특성상 작은 소리의 전기식 경음기만으로는 위험을 알리기 어렵다는 것이 트럭 운전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경기도 지역에서 골재를 운반하는 트럭 운전자는 “공사장 주변은 평소에도 소음으로 시끄럽기 때문에 승용차의 전기식 경음기 소리는 모기소리처럼 가늘고 작게 들린다.”라며, “시끄러운 곳에서 위험이나 주의를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선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공기식 경음기 사용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소음공해를 막기 위해 공기식 경음기 설치를 지양해야 한다는 일부 시민들의 입장과 안전과 작업현장의 특성상 공기식 경음기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입장을 살펴보면 ‘너도 옳고, 너도 옳다’는 황희 정승의 일화가 떠오른다.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서로를 더욱 너그럽게 바라보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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